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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1. 무

2019.07.26 21:59

할 말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생각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살아 있어서 살았다. 눈 떠보니 숨이 쉬어졌고 앞이 보였다. 그뿐이었다. 다른 목적은 없었다. 몸이 아파서 치료를 받았고 빚을 졌다. 돈을 빌렸고 돈을 갚으려 일을 구했다. 그 모든 것에서 떨어졌다. 일 년 내내 떨어졌다. 아니, 평생 떨어졌다. 수백수천 군데에서 떨어졌다.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고,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선고를 받은 거였다. 게오르그라면 창 밖을 뛰어내렸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창 밖은 건물로 막혀 있고, 창이 열리지 않았다. 오래된 이 층 건물에서 떨어진다한들 팔다리 하나 정도 부서지는 걸로 끝날 거였다. 그렇게 뒈지면 집주인의 닦달에 우리 가족만 더 고통스러울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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