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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죽음

écrivain inconnu 2020. 10. 27. 20:59

  조용한 죽음을 생각한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경관을 떠올린다. 그렇게 죽는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사람이 이곳에 있었는지조차 모르게 사라진다면, 그러니까 누구도 그 사람이 이곳에 살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죽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해서, 그 사람의 삶과 죽음에 대해 아무도 할 말이 없고 떠올릴 생각조차 없다면, 좋을 것이다. 실상 지금 그런지도 모른다. 하루가 머다하고 죽은 이의 뼈가 발견되는 사례가 속출한다. 인간은 죽으면 누가 죽었는지 들여다보게 되고, 이 시신의 뼈가 누구의 것이었는지를 탐문하며 수색하는 일이 당연하지 않은가. 무릇 대한민국 국민이란 태어날 때부터 출생신고를 하고 주민등록증을 발급해서 이 사람이 이 도시의 주민임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있는 마당에, 한 사람이 그냥 사라진다 한들 대번에 이 뼈다귀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되는 것이 현재가 아닌가. 그래서 사람은 남겨진 사람들이 자신의 뼈를 어떻게 바라볼지, 그 뼈에 어떤 이야기들을 덧붙일지, 얼마나 수근덕거리고 또 몇몇은 울거나 웃거나 할지를 염려하는 통에 죽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나라에서 매일 죽어가는 마흔여 명은 이 작은 염려보다 자신의 퍽퍽한 맛을 내는 삶이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일 테다. 참으로 용기있는 자들이고, 누군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뼈를 내보임으로써 모진 세상에 한방의 펀치를 날리는 멋쟁이들이다. 불행한 일은 너무 잦은 펀치로 내성이 생겨 낯가죽이 두꺼워진 세상이 그들의 펀치를 우습게 알고 있다는 것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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