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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6. 낙

écrivain inconnu 2021. 6. 27. 01:45

취미가 없다. 글쓰기가 유일한 해방구다. 블로그에 몇 마디 쓰는 일이 낙이다. 따로 만나는 사람도 없고, 나를 만나려 하는 사람도 없어서 혼자 있는다. 서울에 아는 사람 몇 없고 그마저도 회사에 국한되어 있다. 오 년간 살면서 수많은 모임에 나갔으나 조용하고 낯가림이 심한 나는 별달리 깊은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서로 살아가는 환경도 무척 다른 사람들이었고.

 

하루종일 누워 있었다. 글감이 없었다. 글감을 만들 힘도 있지 않았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좋거나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 자리에 원래 그러하듯 있었다. 말뜻처럼 자연스러운 상태였다. 그런데 무어라 형용은 못하겠지만,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은 계속되었다. 모두가 되는 대로 흘러가버렸다. 강물에 휩싸인 채 떠밀려가는 모래알처럼 나는 삶에 치여 하구로 흘러가버리고 있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고 나를 따라다녔다. 모든 것이 내 선택이었으나 그 선택이 내 것이 아니었다는 느낌. 그것은 삶을 조종당하고 있다고 느끼기에 충분할 만큼 거대한 풍랑처럼 내게 다가왔다.

 

엄마가 돈을 보내왔다. 행복하지 않았다. 바라는 건 돈이 아니었다. 엄마는 해줄 수 있는 게 돈뿐이어서 돈을 사랑이라는 봉투에 담아 부쳤다. 안 받으려 한다고 해서 안 줄 사람도 아니었기에 나는 고맙다는 말로 마음을 대신했다. 썩을... 이 나이에 뭣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돈으로 빚을 갚으면 돈은 사라질 테고 그들의 마음만 남을 거였다. 그리 하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 겪는 우울감은 근래 들어 특출난 것이었다. 속이 들끓었고 설사를 계속해댔다. 눈꺼풀이 내려앉거나 근육통이 계속되었다. 우울이 몸을 덮치는 내 타입 상 이것은 특이한 신호였다. 병원에 가면 의사는 내 말에 따라 약을 늘이거나 바꿔줄 것이었다. 약 몇 알로 나는 기분이 또 달라져서 희희낙락거리거나 무념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다. 모든 게 예상되어서 도대체 흥이 나지 않았다. 지금의 일상은 아무래도... 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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