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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 2

  1. 1. 무 2019.07.26
  2. 0. 시간 2019.05.01

무명 1. 무

2019.07.26 21:59

할 말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없다. 생각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살아 있어서 살았다. 눈 떠보니 숨이 쉬어졌고 앞이 보였다. 그뿐이었다. 다른 목적은 없었다. 몸이 아파서 치료를 받았고 빚을 졌다. 돈을 빌렸고 돈을 갚으려 일을 구했다. 그 모든 것에서 떨어졌다. 일 년 내내 떨어졌다. 아니, 평생 떨어졌다. 수백수천 군데에서 떨어졌다.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았고,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선고를 받은 거였다. 게오르그라면 창 밖을 뛰어내렸겠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 창 밖은 건물로 막혀 있고, 창이 열리지 않았다. 오래된 이 층 건물에서 떨어진다한들 팔다리 하나 정도 부서지는 걸로 끝날 거였다. 그렇게 뒈지면 집주인의 닦달에 우리 가족만 더 고통스러울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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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0. 시간

2019.05.01 01:23

  오랜 시간이 흘렀다. 세상은 변한 듯 변하지 않았고, 나는 변하지 않은 듯 변했다. 정체성을 찾아 헤맨 시간들, 무너진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고자 발악했던 순간들이 덧없이 흘렀다. 아무런 관심 없는 어떤 작은 방에서, 나는 죽은 듯 살았고 산 듯 죽어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이런 생활에는 어떤 낭만이나 매력을 찾기란 어렵다. 순간의 몽상들이나 잠깐의 발견 같은 것들이, 그것을 말로 누군가에게 전달하거나 글로 옮겨놓을 때에만 아주 작은 가치를, 그것도 잠시 지닐 뿐이었다. 글은 휴지조각보다 못한 존재였고, 누구도 읽지 않는 신문보다 가치없었다. 때로는 말보다 덧없고 힘이 없었다. 시중에는 수많은 글이 넘쳐나고, 온라인 상에도 넘쳐났지만, 때때로 자신의 감정들과 맞닿아있는, 자신의 순간의 생각과 일치하는 어떤 문장들을 옮겨놓거나, 어떤 이의 책을 음식 품평하듯 후기를 남기는 것이 글의 운명이었다. 

 

  이름을 바꾸었다. 블로그를 옮겼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글을 쓴 지 일 년 반 이상 지났다. 아무도 모르는 자리에서, 새로운 이와 관계를 맺거나 헤어졌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몇몇 환경뿐이었다.

 

  가끔 글을 쓸 것이다. 파편조각 같은 생각의 나열이 될 것이다. 나는 생활이라는 것이 없기에, 나의 생활은 글의 주제가 되지 못할 것이다. 사실 없는 자서전? 어쩌면 페소아 같은 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깊이는 아스팔트 사이에 고인 빗물만큼도 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쓴다. 쓰는 것만이 자유를 부여할 것이고, 부조리로 가득한 생에 순간의 활력으로 작용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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